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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장은 세계인의 사랑을 받을 잠재력이 충분합니다”

매체
코리아타임스
게시일
2024. 12. 03
NANRO Foundation

한식 전통의 심장이라 할 수 있는 ‘장(醬)’이 지난 화요일(현지 시간)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됐다. 오랜 세월 이어져온 깊은 맛과, 그 뒤에 놓인 공동체적 이야기가 함께 세계의 인정을 받은 셈이다.

샘표 우리맛연구중심의 최정윤 헤드셰프에게 이번 등재는 문화적 성취를 넘어서는 의미를 지닌다. 한식이라는 유산이, 그리고 세계 미식 무대에서 커지고 있는 그 영향력이 다시 한번 확인된 순간이라는 것이다.

최 셰프는 최근 서울 샘표 본사에서 The Korea Times와 만나 “이번 등재는 장의 문화적 가치와 한식 안에서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확인해주는 결정”이라고 말했다.

셰프이자 한식 연구자인 그는 한국은 물론 스페인·호주에서도 경력을 쌓았고, 2010년부터 샘표 우리맛연구중심 헤드셰프로 ‘장 프로젝트’를 이끌고 있다. 한식 연구를 위해 만들어진 비영리 단체 난로재단(Nanro Foundation)도 그가 이끌고 있다.

그는 된장·간장·고추장으로 대표되는 한국의 장이 세계로부터 인정받았다는 것은, 그 안에 얽힌 한국인의 삶의 이야기가 함께 인정받은 것이라는 점에서 매우 값진 일이라고 했다.

“한국인에게 장은 단순한 재료가 아니에요. 이야기이고, 함께 나눈 경험이자, 우리 식문화의 정체성을 비추는 거울이지요.”

장 담그기는 세대를 이어온 사람들의 이야기가 담긴 행위
장을 담그는 행위에는 여러 세대에 걸쳐 이 일을 해온 사람들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사진: 국가유산청 제공

최 셰프는 이번 유네스코 인정이 완성된 결과물의 품질이 아니라, 그 결과에 이르는 문화적 과정 자체를 조명한 것임을 강조했다. “장을 발효시키는 행위에는 여러 세대에 걸쳐 이 일을 해온 사람들의 무수한 이야기가 담겨 있어요. 그 가치가 세계적으로 인정받았다는 사실은 저에게도 참 뭉클합니다.”

그는 이번 등재가 더 넓은 청중에게 장을 소개할 기회라고도 말했다. “세계가 장을 문화유산으로 인정해준 것은 영광스러운 일입니다. 우리 음식이 지닌 서사와, 그것이 우리의 역사·정체성과 얼마나 깊게 연결돼 있는지를 공유할 수 있는 계기가 되니까요.”

문화적 의미를 넘어, 최 셰프는 이번 인정이 장 산업에도 전환점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유네스코 등재는 산업적으로도 상당한 의미가 있어요. 장은 한식에서 빼놓을 수 없는 재료이고, 해외에서 현지 재료로 요리를 하더라도 소스는 여전히 한국 기업의 제품을 찾게 될 가능성이 크지요.”

이미 국제적으로 이름을 알리고 있는 고추장은 이번 유네스코 인정으로 브랜드 가치가 한층 높아지고, 한식 산업의 축으로 자리매김하게 될 것이라고 그는 내다봤다. “고추장 매출은 꾸준히 성장하고 있고, 글로벌 시장에서의 가능성을 증명하고 있어요.”

최정윤 셰프가 샘표 본사에서 장에 관한 강연을 하고 있다
샘표 우리맛연구중심 헤드셰프이자 샘표 장 프로젝트 디렉터인 최정윤 셰프가 지난 11월 28일 서울 샘표 본사에서 장에 관한 강연을 하고 있다. 사진: 샘표 제공

한식의 심장

최 셰프는 장이 한식에서 갖는 필수적인 역할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고 말했다. 된장찌개 같은 전통 요리부터 현대적 퓨전 레시피까지, 장은 본연의 색을 지키면서도 계속 진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장은 한식의 토대이고, 우리 음식의 맛을 정의하는 비밀 무기입니다.” 그의 말은 이어졌다. “주목할 만한 것은 장의 적응력입니다. 저희가 연구해보니 치즈·파스타·심지어 피자 같은 세계 각지의 재료와도 근사하게 어울리더군요. 그만큼 한식뿐 아니라 다양한 외국 음식의 맛도 끌어올릴 수 있다는 뜻입니다.”

그에게 장은 단순한 소스가 아니라 과거와 현재, 미래 세대를 이어주는 살아있는 유산이다.

“우리 집은 4대가 한 상에서 밥을 먹어요. 한국전쟁을 겪은 할머니부터 파스타나 마라탕 같은 외국 음식을 즐기는 동생까지. 그 사이에서 변하지 않는 하나가 바로 장입니다. 할머니가 좋아하시는 된장찌개에도, 조카가 좋아하는 치킨 위의 간장 소스에도 장이 있어요.”

한국의 급격한 근대화가 식탁 풍경을 다시 그리고 있는 지금도 장은 그 사이를 잇는 실이라고 그는 말했다. “한식은 계속 변하지만, 장은 언제나 그 중심에 있어요. 본질은 잃지 않으면서 세계의 요리 속에서 새로운 역할을 찾아냅니다.”

충북 오송에 위치한 샘표 발효연구소
충북 오송에 위치한 샘표 발효연구소. 사진: 샘표 제공

세계로 뻗어나가는 한식

최 셰프는 한식의 부상을 세계 미식의 큰 흐름 변화 속에서 설명한다. 프로바이오틱스와 풍미가 풍부한 장·김치 같은 발효음식은 지금의 흐름과 잘 맞물린다는 것이다. “오늘날의 식문화는 건강과 다양성을 중시하고, 이는 한식의 강점과 잘 맞아떨어집니다.”

한식에 대한 인식은 지난 수십 년 사이 크게 달라졌다. “수십 년 전만 해도 김치나 김밥 같은 한식은 해외에서 오해받거나 심지어 조롱거리가 되기도 했지요. 그런데 지금은 세련되고 트렌디한 요리로 받아들여지고 있습니다.”

이런 변화는 한국 문화 전반에 대한 세계적 관심과 무관하지 않다고 그는 말한다. “어떤 나라를 좋아하기 시작하면 그 나라 음식도 좋아하게 되잖아요. 한국 미디어와 문화의 세계적 인기가 자연스럽게 한식에 대한 수용으로 이어진 것이지요.”

앞으로 그는 장이 전 세계 부엌의 필수품이 되는 그림을 그리고 있다. “장을 트렌디한 재료로만이 아니라 일상의 한 부분으로 만들어, 접근하기 쉽고 익숙한 것으로 만드는 게 관건이에요.” 그는 미쉐린 별을 받은 11곳을 포함한 뉴욕의 한식 레스토랑들의 성공을 한식의 영향력이 커지고 있다는 증거로 제시했다.

샘표의 청사진에는 전통 장 명인 지원과 생산의 현대화가 포함된다. 명인 장의 미생물 구성을 분석해 품질을 안정화하고 전통을 보존하는 작업도 이 안에 있다. “저희는 발효 연구에 상당히 투자하고 있어요. 충북 오송의 발효연구소에만 160명이 넘는 연구원이 있습니다.” 최 셰프의 말이다. “목표는 누구든 일상의 요리에 쓸 수 있는 고품질 제품을 만드는 것입니다.”

· 원문(영문): The Korea Times, Baek Byung-yeul 기자, 2024-12-03.
· 링크: koreatimes.co.kr